모델의 초상권은 자신의 얼굴이 어디에, 얼마 동안, 어떤 조건으로 노출될지를 본인이 정할 권리입니다. 그 조건이 넓어지면 비용이 올라갑니다.
모델의 초상권
촬영 견적을 받아보면 이런 항목이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 광고 집행 시 별도 협의
- 사용기간 6개월
- 국내 비전속
처음 보면 왜 이런 조건이 붙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비용을 지불하고 촬영한 사진인데 사용에 제약이 있고, 광고로 돌리면 비용이 추가된다고 하니까요.
이 조건들은 전부 하나의 구조에서 나옵니다.
모델의 초상권
촬영 결과물에는 두 가지 권리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사진에 대한 권리와 모델의 초상권입니다.
초상권은 자신의 얼굴이 어디에, 얼마 동안, 어떤 조건으로 노출될지를 본인이 정할 권리입니다. 촬영에 응했다는 것은 합의된 조건 안에서 사용하는 데 동의했다는 뜻이지, 이후의 모든 사용까지 동의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조건이 달라지면 합의도 다시 해야 합니다. 견적서에 붙는 세 항목이 바로 그 조건입니다.
- 어디에 쓰는가 → 사용 범위
- 얼마 동안 쓰는가 → 사용 기간
- 다른 브랜드와 겹쳐도 되는가 → 전속 여부
아래에서 하나씩 보겠습니다.
1. 왜 광고로 돌리면 비용이 추가되나
핵심은 보는 사람의 수입니다.
자사몰이나 브랜드 SNS에 게재한 사진은 그 채널을 찾아온 사람이 봅니다. 하지만 광고는 다릅니다. 브랜드를 찾지 않은 사람에게도 노출됩니다. 같은 사진, 같은 계정이라도 광고를 집행하는 순간 노출 규모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모델 입장에서 보면 이렇습니다. 자기 얼굴이 어디에 얼마나 노출되는지가 곧 활동 조건입니다. 특정 브랜드 광고에 대규모로 노출되면 그 이미지가 고정되어 다른 브랜드 활동에 제약이 생깁니다. 에이전시가 이를 관리해야 하므로 별도의 조건이 따릅니다.
그래서 실무상 기준은 대체로 이렇게 갈립니다.
기본 범위 — 그냥 게재하는 경우
- 자사 온라인몰, 공식 홈페이지
- 브랜드 공식 SNS·영상 채널
- 온라인 편집숍오픈마켓 입점 페이지의 상품 이미지
추가 협의 — 비용을 들여 노출을 확대하는 경우
- SNS·영상 광고 집행, 포털 배너 등 대형 노출 지면
- 옥외광고 (버스정류장·택시·전광판)
- 오프라인 매장 (VMD, 팝업, 매장 내 재생 영상)
- 인쇄물 (카탈로그, 지면 광고)
기준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자사 채널을 벗어나거나, 비용을 들여 노출을 확대하면 추가 협의 구간입니다.
자주 누락되는 두 가지를 짚겠습니다. 자사 계정에 게재한 게시물에 광고 예산을 집행하는 것은 별개의 사용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매장 내부에서 재생하는 영상도 오프라인 사용에 포함됩니다.
2. 왜 6개월인가
초상권에 대한 합의에는 기간도 포함됩니다.
한 번의 촬영으로 노출이 무기한 이어지면 모델은 이후 활동 조건을 스스로 정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기간을 정해두고, 만료 시점이 지나면 사용을 중단하거나 연장을 협의합니다. 시즌 주기에 맞춰 6개월이 통용되는 편입니다.
여기서 자주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계약서에 기간을 안 적으면 계속 쓸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온라인 판매업체가 모델과 촬영계약을 맺으면서 사용기간을 정하지 않은 사안이 있었습니다. 이후 모델이 사용 중지를 요청하자 업체는 해당 상품이 판매되는 동안은 쓸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기간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모델의 초상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중대한 불이익을 부과하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그런 내용의 명시적 약정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
참고로 이 사건 1심은 광고 모델 사진의 통상적인 사용기간을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보았습니다.
기간이 비어 있다는 것은 무제한이라는 뜻이 아니라, 나중에 해석 다툼이 생길 여지가 크다는 뜻입니다. 기간을 적어두는 편이 브랜드에게도 안전합니다.
기간이 만료된 사진을 게재 중단하는 절차도 함께 관리하셔야 합니다. 메인 이미지는 교체하더라도 상세페이지 하단이나 지난 기획전, 오래된 SNS 게시물에 남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왜 비전속인가
비전속은 그 모델이 계약 기간 중 다른 브랜드 촬영도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시즌 룩북이 여기 해당합니다.
전속은 특정 카테고리 안에서 그 모델을 다른 곳이 쓰지 못하도록 묶는 것입니다. 여성 의류 카테고리 전속이면, 그 기간 동안 경쟁 브랜드 촬영을 할 수 없습니다.
비용이 오르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모델이 포기하게 되는 다른 활동 기회에 대한 대가이기 때문입니다. 촬영 자체에 대한 대가가 아니라 기회비용에 대한 대가입니다.
캠페인 얼굴로 독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즌 룩북에는 대개 과한 조건입니다. 기본은 비전속으로 가되 전속이 정말 필요한지 먼저 판단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모델 계약전에 정리하면 좋은 것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꼽자면 이 사진을 어디에 쓸 것인가를 촬영 전에 정하는 것입니다.
광고 집행 계획이 있음에도 촬영 이후에 논의하면 협의 조건이 불리해집니다. 이미 결과물이 확정된 뒤에는 브랜드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기획 단계에서 미리 포함하면 대체로 더 나은 조건으로 정리됩니다.
함께 확인해두시면 좋은 항목입니다.
- 사용기간의 시작 기준이 촬영일인지 최초 게시일인지
- 만료된 이미지를 내릴 담당자가 정해져 있는지
- 협력사나 입점 채널에 사진 원본을 전달할 계획이 있는지
- 담당자가 바뀔 때 이 조건이 인수인계되는지
마지막 항목이 실제로 문제가 가장 자주 생기는 지점입니다. 계약 당시 담당자는 조건을 인지하고 있었으나, 후임자는 사진 파일만 인계받는 경우입니다. 사용 조건을 파일과 동일한 위치에 보관하시면 이러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아이셀코옵은 촬영 기획 단계에서 사용 범위를 함께 정리해 견적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모델 초상권의 사용 조건과 범위는 모델 에이전시와 브랜드 사이의 계약으로 정해지며, 에이전시와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은 일반적인 실무 경향을 정리한 것으로, 실제 적용 내용은 개별 계약서를 따릅니다. 본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며, 구체적인 검토가 필요한 경우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참고
사진의 저작권 — 저작권법은 저작자 외의 사람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저작재산권의 양도(제45조)와 이용허락(제46조)을 구분해 규정합니다. 이용허락을 받은 사람은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의 범위 안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으며(제46조 제2항), 이 권리는 저작재산권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습니다(제46조 제3항).
초상권 — 초상권을 직접 규정한 단일 법률은 없으며, 판례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봅니다(대법원 2006. 10. 13. 선고 2004다16280 판결). 다만 사진에 관해서는 명문 규정이 있습니다. 저작권법 제35조 제4항은 위탁에 의한 초상화 또는 이와 유사한 사진저작물의 경우 위탁자의 동의가 없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으며, 위반 시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제138조 제1호).
사용기간 — 대법원 2021. 7. 21. 선고 2021다219116 판결.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등법원 2022. 7. 7. 선고 2021나2027933 판결에서 재산상 손해배상액 4,050만원이 인정되었습니다.





